[리뷰] 상식의 재구성



한빛비즈 출판사의 "상식의 재구성(조선희 저)"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정치와 미디어를 중심으로 이 사회에 만연한 갈등을 팩트 체크 중심으로 엮은 글로 제목 그대로 우리가 흔히 당연하다고 알고 있는 상식을 재구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유명 기자 출신의 저자 답게 다양한 각도에서 팩트들을 살펴보며 선입견을 걷어내고 사회를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가 하면, 유명 작가 출신답게 전달력이 일품이다.

책의 내용은 대표적으로 양극화, 미디어, 민주주위, 좌우이념 등의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마치 신문 기사를 읽듯이 자연스럽게 정보를 취할 수 있으며 이마저도 작가 특유의 전달력이 가미되어 술술 읽히는 편이다.

수십 년간의 기자 생활 내공 덕분인지 팩트를 어느 정도 깊이로 전달해야 독자가 무리없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지 그 경계선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어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으며 여느 연구자들의 보고서 못지 않게 깊이있는 연구 결과 혹은 실험도 담겨있고 독일, 일본을 대표로 비교하며 한국과 한국인의 현주소, 그리고 향후 미래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해법을 풀어나가는 과정 또한 인상적이었다.

책 서문의 독법에서 저자의 집필 관점을 엿볼 수 있는데 갈등과 사상이 담긴 민감한 주제를 담고 있는 만큼 담담하게 사실 위주의 객관적 정보 전달 위주의 글이 담겨있다. 물론 일부 저자의 사적 견해가 담긴 대목도 있지만 객관적 정보 전달이라는 기조를 상시 유지하고 있어 저자의 견해는 참여자의 일부 의견으로 비춰지고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대세 주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책의 구성이 정말 참신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솔직함은 단순히 객관적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1장 불평등 퍼즐 중 5절 “내가 참여한 아파트게임”을 보면 그렇다. 적지 않은 인생을 살아온 저자가 아파트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봤는지 긴 세월 한국의 아파트는 어떻게 가격이 상승했는지 엿볼 수 있다. 심지어 각 시기별로 얼마만큼의 부동산 이익을 남겼는지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 공개하며 허심탄회하게 저술하고 있어 더욱 놀랐다. 이런 담담한 솔직함은 이 책이 가지는 커다란 매력이다.

보통 리뷰를 쓸 때는 어느 정도 간추린 내용을 요약하는 편인데 이 책만큼은 예외로 두려 한다. 560p의 분량에 육박하는 방대한 내용이 담겨 있어 쉽게 간추리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정보 전달보다는 스스로의 선입견을 걷어내고 올바른 사상의 방향을 재정립할 수 있도록 깊은 고민과 함께 우려 읽는 책이기 때문이다.

대신 책을 읽다보면 몇가지 놀라울 정도로 눈에 띄는 대목들이 있어 이를 간단히 소개해볼까 한다.

양극화다 불평등이다 말은 많지만 수치적 분석 자료만 주위에 널려있는 바 이를 현실적으로 느낄만한 자료는 많지 않다. 본 도서의 불평등 파트에는 동국대 사회학과 조은 교수의 연구 결과인 “재개발사업이 지역주민에 미친 영향”이 등장한다. 재개발 지역의 주민을 포함 자손 4대에 걸친 기록이 담겨있어 질적으로 불평등을 느껴볼 수 있는 다소 신선한 구성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양측간의 갈등 또한 중국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공칠과삼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안목도 돋보인다. 진보 진영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강남에 살며 집값이 내려간다고 떠드는 좌파나 국민연금을 위험에 빠뜨린 박근혜 대통령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노년층이 압도적인 태극기 부대 보수에 대한 일침도 통쾌하다.

"’그 사람이 사는 법’을 보면서 경험의 확장이 일어날 때, 배울 것이 많은 인생의 선생님들을 만날 때, 거기에 ‘미디어 유토피아’가 있다.” 라고 언급한 구절은 내공이 중후한 기자의 정수를 맞딱드린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이 기조를 철저히 유지하고 있고 덕분에 읽는 내내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수십 년 기자 생활의 내공 안에 정리된 객관적 사실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팩트들을 통해 스스로 깊은 고민에 빠지는 여행은 생각보다 흥미롭다. 참고로 이 책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좀처럼 내려놓기 어렵다. 다루는 주제가 주는 선입견과 달리 묘하게 정신이 힐링되는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을 보면 책의 제목과 내용이 너무 잘 어울린다.

재미있게 정신을 힐링하고 싶다면, 다양한 갈등과 선입견 에서 벗어나 한 차원 뛰어난 메타 지도를 그려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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