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슈퍼매스(Supermath)



비아북 출판사의 "슈퍼매스(애나 웰트만 저/장영재 역)"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수학보다도 철학에 가까운, 일상에서 쉽게 인식하기 어려운 영역에 신선한 관점을 제공하는 책이다. 다루는 주제는 수학이지만 수학의 정의, 정당성에 의구심을 품어 더 높은 세계로 사고의 도약을 가능하게 해주는 필독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크게 5가지 주제의 수학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그 중 첫번째 장은 수학의 보편성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아마도 우리가 지구상에서 다루는 학문 중 가장 보편성에 가깝게 여겨지는 학문은 수학일 것이다. 숫자로 표현할 수 있어야 객관성을 논할 수 있고 수학에 숨겨진 논리는 논증의 정당성을 부여하며 만국 공용어로 아라비아 기호가 사용되고 있으며 그 어떤 학문조차 연구 결과의 정당성을 얻고자 바라보는 곳이 수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수학이 보편적인지 묻기 위해 이 책의 장점이 발현된다. 수학을 써보지 않은 사람에 가까운 이들을 대상으로 보편성을 재검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구 문명과 관련 없는 외계인, 혹은 수학을 사용하지 않거나 우리의 문명이 긴 세월 격리된 외딴 섬의 원주민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과거에 살았던 선조들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시공간의 경계선을 뛰어넘은 이들도 이해할 수 있어야만 수학에 보편성이 있다는 저자의 엉뚱하고도 기막힌 발상의 세계를 접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학의 보편성 논리에 따르면 아래 그림과 같이 SETI에서 우주로 보낸 메시지를 외계인들은 해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메시지는 조금 깊이 생각하면 누구나 해독할 수 있다. 책에 해설이 등장하지만 풀 수 있을 때까지 고민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신선한 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SETI

두번째 장과 세번째 장은 AI와 관련되어 있는 흥미로운 장이다. 바로 예측의 문제와 편향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죄수의 딜레마 문제에서 37%의 확률의 결혼 문제 등을 다루고 있는데 이는 AI 전반에 걸친 사상의 뿌리가 되는 흥미로운 문제들로써 흔히 활용되는 지도학습의 문제에서 나아가 강화학습 - 알파고에 활용된 기술-의 근간 지식을 다루고 있다. AI를 연구하는 나로써는 늘 흥미로운 주제들인데 저자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안목 덕분에 그간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AI를 모르는 독자일지라도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퀴즈에 가깝다.

네번째 장과 다섯번째 장은 정보의 접근성과 공정성 등 사회 문제로서의 수학을 다룬다. 약 200년 전만 하더라도 부유한 계층의 자녀들이 고전을 통해 세상을 배웠지만 일반인들은 그러지 못했다. 생각의 틀을 바꿀 수 있고 고전을 통해 얻은 안목은 부와 명예, 사회적 지위를 부산물로 안겨준다. 개인적으로 현 사회에서 고전에 해당하는 산출물은 논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논문들의 중심에는 보편성으로 대변되는 수학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 수학에 접근하기 위한 길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열려 있을까? 더불어 다른 세상의 모든 정보들에 우리는 공평한 접근 기회를 갖고 있을까? 책에는 성차별, 인종차별의 장벽에 수학의 세계에 발을 딛지 못한 재능있는 이들의 사례를 다룬지만 이미 이런 예는 우리 일상에도 비근하다.

대표적으로 밀레니엄 7대 난제를 해결한 그리고리 페렐만만 봐도 그렇다. 그가 강단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학 기득권 세력들이 그에게 장애물이 되었는지 이런 욕심의 산물들이 모든이의 수학으로의 접근을 막아서고 있다. 학문 분야 또한 타 전공에 대한 멸시, 비웃음의 분위기도 여전히 존재한다. 일반인들은 더욱 그렇다. 앞서 언급했던 논문으로 접근하기 위한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 학사 졸업한 일반인들 중 뜻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앞에 순수한 사유에 제약을 받는 현실이 막막할 것이다.

이 책은 어쩌면 거대해 보이는 어쩌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는 수학의 양면성에 이처럼 흥미로운 문제들을 던진다. 답을 명확하게 도출할 수 없는 문제들로 수학은 물론 이 세상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잔잔하면서도 파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읽는 내내 머리속은 신선함으로 가득찼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스쳐갔다. 꼭 수학 책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도 일생에 반드시 한 번은 접해보기 바란다. 그동안 다녀보지 못했던 신선한 여행을 원한다면 말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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