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한빛비즈 출판사의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시미즈 켄 저/박소영 역)"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본 도서는 4천 명이 넘는 암환자를 상담해 온 정신과 의사의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관한 기록으로 오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만큼 삶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또 있을까?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똑같은 일상에 싫증을 느끼면서도 변화에 대한 불안을 느껴 불만족스럽게 살아간다.

또한 죽음에 대한 인식또한 인색하다. 지금 당장 책의 제목과 같이 스스로에게 주어진 시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보자. 이성 회로가 마비되고 양자 역학보다 어려운 느낌의 깜깜함에 빠져들 것이다. 죽음은 본능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먼저 죽음을 피하지 말고 직시할 것!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첫 번째 메시지이다. 죽음을 실감할 수 있어야 앞으로 살아갈 하루하루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직시하기 위해 이 책에는 그런 깜깜함을 이미 겪은 죽음을 맞닥뜨린 선배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과 상담을 나눴던 저자의 일화는 죽음에 대한 깜깜함의 실체를 직시할 수 있도록 서서히 불을 밝혀준다. 육체적인 아픔은 어느 정도 예상되기에 그 보다 훨씬 중요한 정신적인 면에서 어떤 스트레스를 맞이하게 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17년 일본 암연구진흥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사는 동안 암예 걸릴 확률은 남성이 62%, 여성은 47%에 이른다고 한다. 저자는 먼저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암을 살펴보며 죽음의 실체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설명한다. 암 진단 이후 우울 상태에 빠지는 환자 비율은 5명 중 1명이며, 자살률은 24배에 달한다. 아래 암을 동반한 스트레스와 구체적 사례가 표로 잘 정리되어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구체적인 생각들이 떠오를 것이다. 암

더불어 죽음을 마주할 때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과거 심리학 연구에서 어느 정도 밝혀진 바가 있다. 크게 세 분류로 나눌 수 있는데 책에 소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 하는 이유는 뭘까?
    •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공포
      • 마지막은 어떤 식으로 고통스러울까?
      • 통증은 얼마나 괴로울까?
    • 자신이 사라짐으로써 발생할 현실적인 문제
      • 어린 내 자녀의 미래가 걱정된다.
      • 연로하신 내 부모가 느낄 슬픔은 어떻게 보살필까?
      •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완수할 수 있을까?
    • 내가 소멸한다는 공포
      • 사후 세계는 어떤 곳일까?
      • 내가 소멸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저자와 많은 상담을 나눴던 다양한 환자들의 일화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죽음의 실체를 조금 더 느껴볼 수 있다. 대부분 모든 것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마주하고 현실을 인정하고 난 뒤엔 달라진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중 하루카씨와 나눴던 저자의 대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오카다 씨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아오셨네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면서 살았던 겁니다. 그래서 현재를 사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거죠.”

다행히도 오카다 씨는 죽음의 문턱을 넘어 암을 완치하게 되는데, 완치 후의 그의 말 또한 인상적이다.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었어요. 당연한 건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감사하는 마음이 넘쳐나요.”

두 대사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어느 쪽에 서 있느냐에 따라 우리가 깨달아야 할 교훈을 대변할 수 있는 말들이 아닐까?


우리는 죽음 앞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몇가지 저자의 조언을 정리해보았다.

  • 죽음에 대처하는 자세
    • 환자 가족들은 장거리 달리기가 될 수 있으니 환자를 위해서라도 페이스를 조절해야 한다. 괴로운 마음에 몸을 망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돌봐야 한다.
    • 통증 완화 방법이 발전하여 생각하는 것만큼 죽음을 맞이하는게 고통스러운 일은 아니다.
    • 환자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무엇을 소중히 여겼는지, 암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지금 무엇이 가장 힘든지에 대한 질문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의 상담 방법이며 이 질문과 대화를 통해 환자는 인생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마찬가지로 가족의 질문 또한 환자의 우선순위를 정리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 건강
    죽음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굳이 빨리 맞이할 필요는 없을 뿐더러 아프며 죽음을 맞이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그렇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건강이다. 특히 사망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 금연, 절주, 염분 섭취 줄이기, 헬리코박터 필로리균 제균, HPV 바이러스 백신 등
  •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죽음을 마주하고 인생을 돌이켜 보며 현재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해본다.
      • 성장배경이 어땠는지?
      • 사춘기에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 성인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 무엇을 목표로 했는지?
      • 무엇을 싫어했는지?
      • 결국, 인생 계획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했)는지?
    • 사람의 힘은 위대하여 회복력이 존재한다. 저자는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들에게 적어도 “환자의 마음이 무너졌다”고 생각이 든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회복력을 통해 새로운 세계관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를 외상 후 성장이라고 한다. 다만 새로운 세계관을 죽음앞에서만 아닌 평소에도 깨닫을 수 있다면 더욱 값진 일이라 할 수 있다.

    • Must에서 Want
      저자와 상담한 대부분의 암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메시지는 조금 더 본인 스스로의 내면이 원하는 인생을 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부모 혹은 주위의 기대와 시선때문에 스스로 원하는 삶이 아닌 남들에게 후한 평가 점수를 받기 위해 인생의 대부분을 낭비한다는 말이다. 그마저도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아마도 이 교훈이 저자가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정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심각하게 돌이켜 볼 때이다.

    • 시한부 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새로운 계획 중의 하나는 소중한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다.

    • 설사 사후 세계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소중한 사람의 마음속에 내가 남아 머문다고 생각하는 자세.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받아 다음 사람에게 건네기.

    • 삶의 마지막에서 오카다 씨가 부모님께 남긴 마지막 말이 떠오른다.

      “젊은 나이에 가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행복했어요. 전부 고마웠어요.”


이 책 덕분에 머릿속을 얼음 같이 굳게 만드는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죽음을 직시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보는 성찰의 시간은 물론 아주 먼 훗날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언젠가 마주하게 될 가족이나 지인들의 죽음 앞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왠지모를 무기력함에 의욕을 잃어 새로운 원동력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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