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수학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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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말하다
출판사의"수학의 모험(이진경 저)"
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멋진 책의 리뷰를 작성하는 것은 즐거운 일임과 동시에 그만큼 괴로운 일인 것 같다. 명저 안에 담긴 방대한 스케일과 심오한 깊이를 짧은 리뷰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사실 막막하다.
본 도서에는 수 천년의 방대한 수학 역사와 인류가 쌓아온 사유의 논쟁
이 담겨있다. 그저 단순한 일련 사건의 열거가 아닌 치열한 두뇌 싸움의 기록이다.
읽는 내내 저자의 정체가 의심스럽다. 철학자, 수학자, 작가, 예술가인가? 아니면 이 모든 영역을 넘나들고 아우르는 현자인가?
고대의 예언서로 수학의 한계와 위기를 설명하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구성, CAP 감옥 시나리오로 괴델의 불완정성 정리를 스릴 있게 전달하는 능력, 미술작품이나 명화를 활용해 수학에 지친 두뇌를 리프레시 해주는 신선함과 독자의 두뇌와 심리를 꿰뚫는 듯한 전달력까지..
우리는 주위에서 우리의 수학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누누히 듣고 있지만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내가 배워 온 수학에 어떤 한계가 있는지, 왜 한계가 존재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래서 현재의 위치는 어디이며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등 많은 것들을 정리할 수 있다. 수학교과서는 안 읽어도 되지만 이 책은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진리 탐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인류가 전 역사에 걸쳐 쌓아온 지식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고 확실하게 살다가 위대한 석학 조차 갈팡질팡하는 지식의 최전선에 뛰어들며 그동안 겪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의 신선함
을 느낄 수 있다.
저자와 달리 나는 이 위대한 책을 전달할 능력이 부족해 책을 읽으며 느낀 수학 모험의 여정을 굵직한 것만 추려 기록하고자 한다. 위의 간결한 평보다는 아래 여정의 기록이 책을 파악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모험의 출발 -
진리표
p -> q의 명제가 거짓이 되는 경우는 아래 진리표에서 보듯 오직 하나이다. T -> F 관계일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참이다. 따라서 결론(q)이 참일 경우 모두 참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여기에 수학과 관련된 흥미로운 2개의 명제를 대입한다.- 1) 모든 수학 이론이 참이라면 \(\pi\)는 무리수다.
- 2) 모든 수학 이론이 거짓이라면 \(\pi\)는 무리수다.
진리표에 따르면 q에 해당하는 “\(\pi\)는 무리수다.”는 참이기 때문에 모두 참이 성립함을 알 수 있다. 즉, 모든 수학 이론이 참이든 거짓이든 수학적 진리와는 무관함을 알 수 있는데, 이렇게 저자는 수학의 본질은 자유에 있음을 강조한다. 수 천년 수학의 모험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모든것의
수학화
중세에 이르기까지 수학의 큰 축은 인도에서 출발한 대수(代數)와 서양에서 출발한 기하학으로 나뉜다. -2와 같은 음수는 대수적인 수로, 음수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는 표현하기 어렵다. \(sqrt(2)\)와 같은 무리수는 대수적으로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지만 대신 기하학적으로 표현하면 이해할 수 있다.여기서 계산기들을 양성해 온 우리식 수학 교육의 병폐를 느꼈다. x = ab 라는 식을 우리식 교육과정을 받은 대부분의 이들은 대수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 서적을 들춰보면 기하학적 해석이 담겨있다. 위 식은 a를 가로, b를 세로로 판단하면 사각형이 되기 때문이다. 즉
곱셈은 사각형
이다.기하학으로 바라보는 곱셈을 한 단계 더 나아가면 2,3,5,7,..과 같은
소수(1과 자신이 아닌 다른수로 나위어지지 않는 수)는 사각형으로 표현할 수 없다
. 딱 떨어지는 수 a, b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이 방법으로 소수를 알려주니 효과가 제법 있었는데 기하학이 베푸는 시각화의 선물 덕분이다.이렇듯 대수적으로 배워왔던 나는 기하학을 교육에 도입하며 신선한 발상이라 생각하며 좋아했었는데 오히려 서구 사회의 수학은 기하학에서 출발했음을 알고 적잖이 놀랐다. 타임라인 순으로 보면 적어도 서구에서는 기하학적 접근을 먼저 시도하였고, 후에 데카르트 등의 학자들이
기하학을 대수화
하고자(해석기하학) 노력했기 때문이다.예를 들면 x = ab는 아래 그림과 같이 비례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기하학에 직관적인 장점이 있듯, 대수학에는 비례식도 아우를 수 있는
표현의 유연성
이라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이미 있었던 과거와 역사도 모르는 채 새로운 접근법을 알았다고 좋아하는 꼴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기하학의 대수화 과정을 통해 좌표계(x,y)와 같이
수학적 계산 공간
이 탄생한다. 심지어는 악기의 현을 반으로 자르면 음정이 한 옥타브 올라가는 평균율, 원근법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미술의 영역마저 수학의 세계에 아우르려 한다.그 유명한 오일러의 공식 \(\mathrm{e}^{i*\pi} + 1 =0\)은
대수, 초월수, 허수 간 관계
를 도출했으며, 라이프니츠의 기호 논리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계산 가능하게 만드려는 근대 수학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 수학의 악마(해석학의 위기) -
무한소
한없이 0에 가까워지지만 0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0으로 취급하는 무한소
어릴 때 부터 수학을 좋아했는데 완벽해 보이는 수학에 항상
2% 부족한 느낌
이 드는 개념들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 그런 것들을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고 권위적으로 암기와 계산 스킬의 향상만 강조했었다. 개인적으로 이상하게 느꼈던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왜 분모에는 0이 못오나?
- 미분의 계산에서 dx는 0은 아니라면서, 그래서 나눌 수는 있으면서, 왜 분자는 0으로 계산하나?
- 무한급수와 제논의 역설 : 더 빠른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이길 수 없는 이유
- 테세우스의 배
늘 궁금했지만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억지로 건너뛰어 온 지식들을 이 책에서는 속시원히 파헤쳐 나간다. 얼마나 통쾌하고 시원했는지 모른다. 억지로 찾아보자니 많은 시간이 걸려 엄두도 안나고 남들의 시선에 두려움을 느껴 함부로 가지 못했던 길을 저자가 떠먹여 주다니.. 감사하게도 늘 궁금해했던 위 질문들의 대다수를 이 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다시 무한소로 돌아가보자. 미분의 대략적인 개념은 아래 그림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Delta\)를 최대한 0에 가깝게 만듦으로써 t 시간 지점에서의 순간 변화율(속도, 미분비, 미분계수, 기울기, dx/dt,..등)를 구해내는 방법이다.
책에서는 갈릴레오의 자유낙하 공식을 미분하는 예시로 무한소의 맹점을 드러낸다.
\(x(t) = 4.9 * t^2\)
이를 미분하면,
\(v=\frac{x(t+dt)-x(t)}{dt}=\frac{4.9*(t+dt)^2-4.9*t^2}{dt}=\frac{4.9(2t*dt+dt^2)}{dt}\)
여기에서 분자와 분모를 dt로 나누면, …(ㄱ
)
\(v=4.9*(2t+dt)\)
dt는 0에 가깝기에 무시하면, …(ㄴ
)
\(v=9.8t\)문제는 위 식의 (ㄱ),(ㄴ)의 모순에서 비롯된다.
dt는 0이면서 0이 아니기 때문
이다.문제는 적분에서도 발생한다. dt가 무시할 만큼 작아 무시할 수 있다라는 논리라면 아래 그림에서 빗금친 분홍색 영역과 회색 영역의 면적은 같아질 수 있다.
미적분의 영역을 제외하고도 무한은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갖고 있다.
무한급수
\(\frac{1-x}{(1+x)^2} = 1 -3x +5x^2 -7x^3 + ...\)
여기에 x=1을 대입하면,
0 = (1-3) + (5-7) + (9-11) + … = -2 -2 -2 … = \(-\infty\)바이어슈트라스의 함수 모든점에서 미분 불가능한 함수도 존재한다.
이 작은 균열들이 나비효과가 되어 18세기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학의 엄밀함과 기초가 흔들리게 된다.
기하학의 위기
기하학 역시평행선의 공리
에서 출발한 위기를 맞는다. 평행선의 공리란 임의의 점을 통과하는 직선에 평핸하는 점을 통과하는 선은 없음을 의미하는데, 우리가 사는 지구는 남극과 북극이라는 점을 공유하는 무수한 평행선(경도선)이 존재한다.더불어 우리가 말하는 직선은 아래 그림과 같이 구슬 속에서 최단거리(
측지선
)가 아니게 된다. 측지선은 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직선이지만, 구슬 속에서는 곡선이 된다. 즉, 구부러진 공간에선 직선도 구부러진다.
집합론과 칸토어의 역설
칸토어는연속체의 농도
(알레프, \(\aleph\))라는 개념을 이용해 무한에도 서로 다른 크기가 있음을 밝혔다. 자연수와 정수, 유리수의 경우1:1 대응
이 가능하므로 무한의 크기가 같아 \(\aleph_{0}\) 으로 표기한다.반면, 무리수를 포함하는 실수의 크기는
대각선 논법
에 따라 1:1 대응이 불가하다. 즉, 연속성을 가진 연속체의 농도이기에 \(\aleph\)로 표기한다. \(\aleph_{0} < x < \aleph\)를 만족하는 c는 존재하지 않는다는연속체 가설
도 등장한다.그리고 칸토어 평생 일궈놓은 집합론을 한 번에 무너뜨릴 칸토어의 역설도 등장하는데 “
자기 언급
“이라는 개념으로 대표되는 괴델의 불완정성 원리에 이르기까지 수학의 기초 근간을 뒤 흔들게 된다.집합론을 접하며 느낀 점이 여러가지가 있어 정리해 본다.
- 일단 무한이라는 악마의 위력이 여기까지 힘을 미치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집합이라는 유한해 보이는(?) 개념속에 무한을 집어넣었기에 칸토어의 역설에서 자유롭지 않았나라는 나름의 고민도 해 보았다.
- 끝, 연속, 무한의 차이점도 되뇌어 보았다. 지금까지는 거의 동일한 개념이나 나름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 점은 길이를 갖지 않는다. 제논의 역설과 실수와 (0,1) 사이 실수의 1:1 매칭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해가 된다.
- 결국 우주의 모든 공간이 1cm도 안되는 짧은 선분상의 점과 농도가 같다는 말이 되기에 빅뱅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했다.
- 자기언급 역설과 공리주의
- 러셀의 역설 : 이발사의 역설
- 그렐링의 역설 : 자기서술적
- 크레타인의 역설 :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다.”
- 베리의 역설 : 25자 이내의 문자로 표시할 수 없는 자연수 위 역설의 공통점은 모두 “
자기언급
“을 하고 있다. 이 세계를 한 단계위의 유형(메타)에서 보지 않는 한 세계(집합)내의 역설을 피하기는 어렵다.
형식적 공리주의는 수학의 엄밀성과 기초 근간을 튼튼히하고자 공리의 무모순성과 결정가능성을 도입한다. 하지만 집합론이 무너졌듯 위 역설들이 귀결된 괴델의 불완정성 정리에 의해 무너진다.
불완전성의 정리
결정 불가능
이라는 난해한 개념을 독자에게 이해시키고자 저자는 다양한 예시를 활용한다. 위 그림이 일례인데 두 손의 경계선을 찾기가 힘들다. 어느 손이 그리는 손이고, 어느 손이 그려지는 손일까?영화 “원초적본능”을 통해 영화 속 소설과 현실의 살인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며 영화 속 세계의 결정 불가능 현상을 설명한다.
CAP 소설(?) 시나리오를 통한
괴델수와 초수학적 증명
은 설명이 일품이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다보면 괴델의 정리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한편으로는 괴델의 불완정성의 정리가 등장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내 개똥 철학의 감각이지만 왠지 이 정리가 풀리는 수학의 계가 등장한다면 온 세상이 정지될 것 같다는 무서운 예감이 든다.
이 정리는 여러모로 오묘한 느낌이 든다. 수학에 발전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면서, 때로는 너무 삼천포로 빠져 어느 구석에서 맴도는 느낌도 드는 복잡한 생각도 들었다.
저자는 지금까지 독자와 함께해 온 수학의 모험을 아래 2개의 삼각형으로 정리하며 모험을 마무리한다.
수학의 모험은 이렇게 끝나지만 끝으로 저자는 수학의 모험을 통해 추상화 능력을 배우고, 수학 외부에 있는 우리의 일상에 접목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재미는 물론 그윽한 깨달음이 함께할 것이다.
“수 천년 역사 속에 녹아있는 인류를 대표하는 천재들의 사유와 투쟁, 그리고 그 정점의 향연에 듬뿍 취할 입장권만으로도 충분히 유복할진데, 원효 대승기신론 같이 거장들이 신에 맞닿은 지식을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일상의 언어로 집에 놀러와 사유의 향연을 즐긴다는 것.”
이 책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