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별, 걔 다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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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비즈
출판사의"별, 걔 다 그립네(밤하늘 저/차희라 그림)"
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 도서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인 밤하늘의 전하지 못한 노랫말 모음집
이다.
어떤 가사들은 제가 유리병 속에 넣어둔 편지입니다. 매일 밤 천장에 그리운 이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도, 오랜 날 서성이다 끝끝 내 전하지 못하고 불현듯 바다에 띄워 보낸 파도에 넘실대고 있는 마음입니다. 망망대해에 내던져놓고선 먼 백사장을 홀로 거니는 그이의 발치에 우연히 닿아 나의 고백이 들키기를 소망하던 염치없는 마음들이
모래알 한 알만큼이라도 당신께 가 닿기를 바랍니다
.
머리말에 수록된 글의 일부이다. 그 어떤 설명보다 느낌만으로도 본 도서를 잘 설명할 수 있는 글귀인지라 리뷰 첫 부분에 인용하고 싶었다.
시, 소설 등 문학 작품의 리뷰란 늘 어려운일인 것 같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시상식 발언으로도 유명했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 적용되는 동일한 세계가 아닐까?
때문에 리뷰를 작성한 사람의 주관화를 객관적
으로 접한다면 왜곡과 선입견이라는 색이 덧칠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그렇기에 먼저 책에서 느낀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구를 먼저 인용하였다.
저자 밤하늘(본명 김하늘)은 가수 수지(본명 배수지)의 “잘 자, 내 몫까지” 를 쓴 작사, 작곡가이기도 하며 혼성 듀오 모자루트에서 작사, 작곡, 피아노를 맡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그간 정성들여 써 온 가사들의 모음집으로 마치 시집처럼 구성되어 있다. 본문의 가사말을 읽다보면 마음
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는 문구도 있고,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는 프레임
을 선사하기도 한다.
시집과 비교하면 장, 단점이 공존한다.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문학 작품을 평가할 때 제일 중요한 기준을 전달력으로 삼기 때문에 노랫말 보다는 머리말의 시적 표현이 읽기 좋았다. 노랫말은 작곡 영역의 선율이 만날 때 작품이 비로소 완성된다는 제약이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랩 장르에서 자주 쓰이는 라임 등의 장치 때문인지, 혹은 최신 트렌드 성향 때문인지 오히려 작자의 마음과 심경과 상태가 잘 전달되지 않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대신 시집과 같은 문학작품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두가지 독특한 묘미
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가삿말 덕분에 또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나타나 우리를 끊없는 상상의 나래
로 이끌어준다는 점이다. 꼬리를 물고 연결된 상상이 있었던 그 시절. 그 당시의 노래. 그 당시의 추억. 그 당시의 감정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점이 노랫말을 읽는 매력이다.
마치 소중했던 추억이 담겨있는 빛 바랜 사진을 선명하게 해주는 느낌이랄까?
또 다른 하나의 묘미는 미완성의 미학
이다. 노랫말이라는 가사에 우리 상상을 덧대어 볼 수 있다. 즉, 선율을 입혀보고 바꿔볼 수도 있다. 시집은 작곡 파트에 해당하는 선율이 없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상상에는 제약이 있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또 많은 노래를 들어왔던 분이라면, 가사에 어떤 멜로디가 어울릴지 상상해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4부 “선율을 입은 가사들” 편에는 각 페이지에 QR코드
가 인쇄되어 있어 저자가 완성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난 아직 노래를 듣지 않았다. 완성된 노래를 들으면 상상력이 자극되지 않기 때문이다.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충분히 상상의 선율을 바꿔 입혀본 후 충분하다 싶을 때 저자는 어떤 선율을 입혔는지 확인해보려고 한다.
이 책에 흥미를 느낀 분이라면 위에 언급한 두가지 묘미에 초점을 맞춰 읽어보시길 바란다. 이 책을 읽는 시간대는 밤
이 좋다. 1부의 제목은 “새벽 두 시 반”인데 실제로 이 시간에 이 책을 읽어보았다.
밤은 우리의 집중력을 최고로 올려주고 감수성을 풍부하게 해주기에 상상의 여행을 떠나기엔 최고의 시간대이다. 밤이 주는 선물을 보다 활용하고 싶다면 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 리뷰를 클릭하시기 바란다.
작품 특성 상 분량이 짧다. 그러기에 짧은 문장 속에 녹아있는 함의(含意)를 충분히 느끼고 저자가 고민한 기법과 장치를 풀어가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천천히
음미하시길 권유드린다.
돌이켜보니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어느덧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감수성도 무더져버렸고 최신 유행 가요에 대한 정보는 아는 것이 없다. 흥얼거리는 노래는 비교적 최근이라 한들 10년 전 노래다. 최근 TV에 나오는 가수들을 안다는 것, 또 그들이 부른 새로운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많이 듣고 외운다는 것은 시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사치가 돼버린지 오래다.
그렇게 일종의 단절을 겪으며 살다가, 노랫말을 귀로만 들어오다가, 눈으로 보니
느낌이 새롭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가삿말에 선율을 입히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비슷한 느낌의 선율 혹은 노랫말을 만나면 그 감정을 만났던 시절로 상상 속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간만에 깊은 밤 한밤 중 과거의 추억을 떠올려보며 가슴 뭉클해지고 때로는 터질 것 같은 아련함에 잠시나마 복잡한 일상을 탈출해 볼 수 있었다. 상상 속 여행을 통해 잠시나마 일탈하여 아련한 추억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