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숫자가 만만해지는 책



어크로스 출판사의 "숫자가 만만해지는 책(브라이언 W. 커니핸 저/양병찬 역)"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자동차가 있을까?

첫페이지 첫번째 문장이다. 조금 막막하다. 하지만 틀려도 아무 문제 없으니 이 첫번째 문장을 잠시나마 시간을 가지고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보자. 본 도서의 가장 핵심이 되는 질문이자 일상에서 숫자를 보는 감각을 바꿔주는 가장 중요한 준비 운동이기 때문이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전혀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풀이를 전개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크게 요약해보자면 사기 치려는 불순한 세력들의 숫자 장난으로부터 4칙 연산만 가지고도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체적인 구성은 다음과 같다.

  • 명백히 틀린 숫자의 사례
  • 그게 틀렸음을 추론하는 방법
  • 옳을 가능성이 높은 숫자 추정
  • 일반적인 교훈 얻기

말로 재미있게 풀어쓴 사례를 하나하나 따라가다보면 어느덧 4칙 연산만으로도 숫자와 친숙해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본 도서의 저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중 유명한 C언어의 창시자 프린스턴대학교 컴퓨터 과학과 교수 브라이언 W. 커니핸이다. 지식의 정점에 닿아있는 교수님이 이렇게 쉬운 센스있는 일상 문제로 일반인들을 위한 쉬운 풀이 및 접근법을 제공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원서의 제목은 Defending Yourself in a World of Too Many Numbers으로 본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는 숫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정도의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처럼 결국은 숫자가 만만해지기도 하고 평생 써먹는 숫자 감각을 기를 수 있기에 의미가 통한다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게는 불순한 세력들이 숫자로 장난치는 것으로 부터 당하지 않는 비법으로 해석되었다면 더욱 와 닿았을 듯 하다.

책에서 인상 깊게 배웠던 비법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 페르미 추정
    엔리코 페르미는 원자폭탄을 만든 물리학자로 수많은 재능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재능은 충분한 정보가 없는 양에 대해 정확한 추정치를 제시하는 능력이었다. 오늘날 그런 추정 문제를 페르미 문제라고 한다. 유명한 페르미 문제를 몇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시카고에는 피아노 조율사가 몇 명이나 있을까?
    • 통상적인 간격을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주어진 공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까?
    • 매년 가을 잔디를 관리할 때, 갈퀴로 긁어내야 하는 나뭇잎은 몇 장이나 될까? 페르미 문제는 구글 등 실리콘 밸리의 입사문제로도 유명하다. 페르미 문제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창의성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때 무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짚어볼 수 있다면 많은 생각들이 비집고 나올 틈이 생긴다.
  • 통계의 거짓말
    통계는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며 일반인들도 유용하게 활용한다. 신문기사에 제법 큰수나 그럴듯한 단위를 가진 숫자를 보면 우리는 숫자 감각이 마비되고, 의례 맞겠구나 여기고 믿고 지나가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최소한의 숫자 사기의 방어를 위한 몇가지 Tip을 제시한다.
    • 이미 원본 데이터에 유효숫자가 가득한 평균은 실제와 다를 수 있다. (특정 대학 출신들의 소득 평균)
    • 아웃라이어 값의 위력 (하버드 동문들의 임금 평균을 계산시 중퇴자까지 포함한다면 빌게이츠 같은 전세계 최고 수준의 부자들이 포함된다. 이로인해 평균은 급상승하고 마치 동문 대부분이 실제 이상으로 부유하게 사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중앙값을 통해 특징을 달리 해석해볼 수 있다.)
    • 설문에 참여한 이들의 편향이 존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성공한 졸업생들만 임금 설문조사에 참여한 경우)
    • 생존자 편향 : 대표성이 없는 표본을 들이대며 일반론을 펼치는 오류 (흡연가 블로거가 흡연이 사망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경우)
    •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 두 수치가 비례적으로 변화한다고 해서 하나가 다른 하나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리면 상어에게 죽는 사람이 많다.)
  • 그래프의 속임수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그래픽의 시각화를 이용하면 받아들이는 사람은 속을 수 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 Y축 생략 : 주가지수의 Y축이 1만선 ~ 1만 1천선만 나타낸다면, 0 ~ 1만1천선의 그래프에 비해 개미들의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물결선도 마찬가지)
    • X축 생략 : x축이 20세 이상, 20대, 40대, 60대 이상과 같이 균일하지 않다면 불순한 의도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 그래프 : 1차원이냐, 2차원이냐에 따라 특정 비율이 더욱 확대되어 보인다. 대선 지지율과 같은 정치 의도에 반영될 수 있다.
    • 비율의 변화에 차원을 활용 : 원 그래프는 기본적으로 pi(3.14)가 곱해지므로 더욱 증가율이 부각될 수 있다.
    • 마찬가지로, 1차원을 2차 혹은 3차원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제곱, 세제곱의 왜곡 효과를 가진다.
  • 간편셈(어림산)
    • 오차범위를 확보하고 대략적인 숫자로 표현하여 계산한다.
    • 2^(n*10) = 10^(n*3) 은 거의 유사하다. (예: 1024 = 2^(110) = 10^(13))
    • 72의 법칙 : 어떤 금액이 단위 기간당 x퍼센트의 복리로 불어난다면, 두배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72/x
    •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의 차이(%p)
    •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는 변화율이 다르다. (주식 수익률)
  • 그 외 유용한 기법들
    • 매우 큰수가 있다면 개인 혹은 가족의 문제라고 생각하여 1인당, 1가구당의 개념으로 숫자를 작게 만들어라.
    • 과도한 정밀성이 보일 경우 강력한 인상을 품은 의도 혹은 맹목적인 계산기 사용(단위 무시)등의 오류 존재 가능성이 있다.
    • 계산기를 다룰때 실수했는지 검증하는 방법으로 자릿수를 짐작하고 있으면 검산에 도움이 된다.
    • 물리학 상수, 단위 전환율을 아는 것은 늘 도움이 된다.

숫자에 막연한 공포가 있거나 그로 인해 일상에 어려움이 있으셨던 분 혹은 (그런일이 있어서는 안되지만)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으셨던 분들은 일독을 권한다. 특히 수학을 배우기 시작하는 학생들에게는 숫자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수학과 좋은 인연을 쌓는데 좋은 솔루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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